제4화. 해수의 심연
Code Destiny · 636자
제4화. 해수의 심연
회의실을 나왔을 때, 연이는 바닥 냄새가 아니라 바다 냄새를 맡았다.
도시는 같은 도시였지만, 발밑 소리는 젖은 철문처럼 둔했다.
연이는 이어폰을 뽑고 벽에 기대었다.
“현실과 운세가 겹친다는 건, 감각이 먼저 먼저 미끄러지는 거야.” 네오가 짧게 말했다.
“그건 경보야.”
청토끼는 고개를 끄덕이고 앱 화면을 펼쳤다.
[현실-운세 동기화 지연: 해수 채널 17% 이상 미탐지] [파장 경고: 신뢰가 급격히 이동]
연이는 기록 화면에 두 줄을 적었다.
[목적: 해수 채널을 통제 가능한 구간으로 고정.] [오해: 신호 소실 = 배신이 아니다.] [지연: 답변은 6분 간격으로 받는다.]
네오는 주변을 살폈다.
“지금은 네가 먼저 움직이지 말고, 내가 파형을 잡는다.” 그는 손을 들어 동료 신호를 하나씩 끊어냈다.
“안전 장치에서 누가 먼저 무너졌는지 알 수 있어.” 연이는 대답 대신 주변 조명을 낮췄다.
그 순간 누군가의 메시지가 떴다.
“내 발화가 잘려나갔어. 왜 내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게 바뀌지?”
연이는 눈을 들어 네오를 봤다.
“그건 네가 거칠어진 게 아니라, 심연이 네 말투를 먼저 훔치고 있는 신호야.” 네오는 반쯤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면 난 지금 어디까지 말해도 되지?”
연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짧게. 그리고 행동은 다 기록.” “지금은 해석보다 관측, 판단보다 분기.”
연이의 노트에는 마지막 줄이 남았다.
[파장: 한 동료의 판단이 반대로 번지기 전에 멈춰야 한다.] [다음 훅: 심연에서 빠져나온 채널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문을 등지고 나가며 연이는 웃었다.
“오늘은 바다가 우리를 가라앉히는 날이 아니라, 중심을 가르쳐 주는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