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첫 줄의 무대
Code Destiny · 1,132자
제12화. 첫 줄의 무대
소리가 살아난 뒤, 연이는 무대 옆 계단에 몸을 맡겼다.
그 순간까지도 다리의 무게는 여전히 무대가 아니고 있었다.
연이는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이 하나씩 다가오고 있었다.
달빛 크림빵 가게의 곰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저… 저번에 네가 불러줬던 첫 줄, 기억나요?”
연이는 순간 어색하게 웃었다.
“기억하고 있는 줄 알면 됐어요.”
근처엔 퍼포먼스 부스 주인, 악기 장인, 아이들까지 모였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눈치 보듯 조심스러웠다.
연이는 손을 들어 신호를 멈췄다.
“잠깐만요. 지금부터 다 같이 이야기할 건데요, 한 줄씩만.”
무성의 메시지가 낮게 떨어졌다.
[공간 규칙: 집단 접근 → 개별 동의 확인 우선] [목적: 과열된 오해를 즉시 봉합] [지연: 10초 간격 발언 제한]
모카가 노트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저, 첫 줄 만든 거 제가 쓴 글이에요. 지금은 같이 쓴 부분이고요.”
누군가가 물었다.
“그럼 저작권은 누가 어떻게 돼요?”
연이는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말했다.
“공연은 뺏김이 아니라 돌림판이었어요. 저작권은 지금부터 기록으로 박스 하나씩 다시 정리할게요.”
연이는 작은 앱 창을 열었다.
[현실 연동: 권리 분류 로그 미완료 감지] [파장: 설명 욕심보다 합의 절차가 먼저]
네오는 다가와 속삭였다.
“너무 빨리 설명하면 불신만 커져.”
연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10초 후엔 묻고, 10초 안엔 답하지 않을래요.”
“10초?”
모카가 눈썹을 올렸다.
“좋아요.”
연이는 손을 내저어 순서를 정했다.
“첫째, 누가 말한 줄인지 확인. 둘째, 누구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지 확인. 셋째, 다음 공연에서 누가 먼저 말할지 정함.”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그럼 다음에도 우리 노래할 수 있어요?”
“네.” 연이가 대답했다.
“단, 누군가를 묻지 못한 채로는 안 해요.”
모카가 작은 노트를 접었다.
“이제 이해했어요. 내가 지우지 않고, 남기는 쪽으로 할게요.”
연이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오늘은 네가 쓴 거를 내가 먼저 크게 읽을게.”
모카의 첫 줄이 천천히 떠올랐다.
연이는 그 글자를 천천히 따라 읽었다.
관객은 놀랐다가 미소로 바뀌었다.
“내가 들은 건 조용한 게 아니라 정확한 말이었네요.”
누군가가 손뼉을 쳤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뒤편 전광판이 어두워졌다.
연이의 휴대폰에 경고가 떴다.
[검은 비 속 남자 실루엣: 새로 유입되는 접속 경로 감지] [경고: 정체 노출은 미루고, 관계 우선]
연이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닫지 않았다.
“이건 공연 끝나고 다룬다.”
“지금은 사람들 먼저 끝내자.”
네오가 뒤쪽 계단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관객 속 누군가가 물었다.
“그럼 다음엔 더 크게 불러도 돼요?”
연이는 웃었다.
“네. 다만 모두의 이름이 먼저 살아있는 날이야.”
한 줄, 한 줄이 돌아오며 섬의 소리는 다시 채워졌다.
연이는 두 손을 모았다.
“오늘의 다음 훅: 네오의 ‘3분 규칙’이 외부 무대에서도 적용되는 날이 온다.”